옵시디언용 유튜브 요약기 제작
n8n과의 오래된 밀당, 그리고 다시 불붙은 호기심
n8n의 존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생이 게으른 탓에 '공부 좀 해야지'라는 마음만 굴뚝같았을 뿐, 정작 손은 나가지 않더라. 조금만 파고들면 업무 자동화의 신세계가 열릴 걸 알면서도, 그 '조금의 공부'가 왜 그리 귀찮은걸까? 그렇게 차일피일 미룬 게 벌써 지금이다.
최근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이 손에 익으면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AI랑 대화하며 코드를 짜는 게 재밌긴 한데, 생각보다 최종 결과물까지 다듬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왠지 n8n을 쓰면 이런 노가다성 작업을 노드 몇 개로 뚝딱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다시 나를 n8n 앞으로 불러 세웠다.
자동화의 꿈: 유튜브 '나중에 볼 영상'을 지식 베이스로
평소 유튜브를 보다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하면 일단 '나중에 볼 영상' 에 넣어두는 편이다. 문제는 '나중에'가 '영원히'가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정말 궁금하지만 볼 시간이 없을 때는 링크를 복사해 제미나이(Gemini)에 던져두고 요약본만 슥 훑어보곤 했다.
여기서 영감이 스쳤다.
"이걸 n8n으로 자동화하면 딱이겠는데?"
내가 상상한 플로우는 심플했다.
- 스케줄러가 정기적으로 내 유튜브 재생목록을 확인한다.
- 새 영상이 있으면 내용을 가져와 Gemini API로 요약 정리한다.
- 요약된 내용을 내 지식 창고인 옵시디언(Obsidian) 에 문서로 자동 저장한다.
이 완벽한 '지식 자동 적재 시스템'을 꿈꾸며 n8n 클라우드 무료 계정에 접속했다.
워크플로우의 늪: 2시간 동안 마주한 기술적 허들
n8n에 접속하자마자 좀 놀랐다. 노드 하나하나 연결하는 패널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주 익숙한 AI 채팅 패널이 보이더라. "n8n도 AI가 다 해주네?"라는 생각에 들떠 채팅으로 뚝딱 워크플로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거짓말이고 시켰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바로 '옵시디언'과의 연결이었다.
n8n을 클라우드 버전으로 쓰다 보니, 내 로컬 컴퓨터에 있는 옵시디언으로 문서를 보내려면 REST API 설정이 필요했다. 클라우드에서 로컬로 데이터를 쏴주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우회로를 찾느라 n8n에서 슈파베이스(Supabase) 에 데이터를 먼저 적재하고, 나중에 옵시디언에서 끌어오는 방식으로 로직을 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정하다 보니 작동은 되는데, 이번엔 영상이 중복으로 계속 쌓이는 문제가 발생했다. 중복 체크 로직을 넣으려니 노드는 점점 복잡해지고, 내 머릿속도 함께 엉망이 됐다.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유턴의 순간: 굳이 n8n으로 스케줄링까지 해야 할까?
잠시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단순히 유튜브 요약본을 옵시디언에서 편하게 보고 싶었을 뿐이다. 굳이 클라우드 서버를 돌리고, 스케줄링을 걸고, 데이터베이스까지 거쳐야 할 만큼 거창한 일인가 싶었다.
"그냥 옵시디언 플러그인을 직접 만들면 그만 아닐까?"
이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 2시간 동안 붙잡고 있던 n8n 워크플로우를 과감히 닫았다. 그리고 바로 AI에게 옵시디언 플러그인 코드를 짜달라고 요청했다.
15분 만에 완성된 솔루션과 심플한 로직
결과는 허무할 정도로 깔끔했다. n8n으로 2시간 동안 삽질하던 기능을 단 15분 만에 옵시디언 플러그인으로 완성했다.
로직은 아주 단순하게 짰다.
- Step 1: 유튜브 보다 여건이 안 되면 일단 재생목록에 넣는다.
- Step 2: 옵시디언에서 만들어 둔 플러그인으로 '가져오기'를 실행한다.
- Step 3: YouTube Data API v3로 영상 정보를 가져온다.
- Step 4: Gemini API로 분석과 요약을 진행한다.
- Step 5: MD 문서로 만들어 내 폴더에 넣어준다. 끝!
[이미지 추천: 옵시디언 내부에 깔끔하게 정리된 유튜브 요약 문서 리스트 화면]
이제 내 옵시디언 폴더에는 재생목록에 담아뒀던 영상들이 지식 문서가 되어 차곡차곡 쌓인다. n8n의 복잡한 노드 대신, 내 상황에 딱 맞는 가벼운 플러그인 하나가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준 셈이다.

경주마의 시야를 경계하라
이번 경험으로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시야가 좁으면 몸이 고생한다. 멋진 도구(n8n)에 매몰되어 '자동화'라는 수단 자체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놓치고 있었다.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린 꼴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최단 경로를 설계할 것인가" 라는 기획자의 시야다. 혹시 여러분도 특정 도구의 매력에 빠져 더 쉬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가끔은 손을 멈추고 시야를 넓혀보길 권한다.
시야가 좁으면 몸이 고생한다. 너무 n8n에만 몰입했더니 더 쉬운 방법을 놓쳤다. 도구가 목적이 되는 순간, 생산성은 산으로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