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마케팅의 주권 회복: 대행사는 '입'을 버리고 '뇌'를 택하라

소셜마케터들이 엔터사로 떠나고 있다. 대행사의 시대는 끝난 걸까? 아니, 오히려 '입'에서 '뇌'로 진화할 기회다.

최근 우리 구성법인들의 마케터들이 엔터테인먼트 사의 '브랜드 소셜 마케터'로 이직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잘 키운 인재들을 보내는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지만, 사실 저는 이 현상이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초에 소셜 마케팅이라는 영역은 구조적으로 대행사가 온전히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월급 받고 시시덕거리는 사람들"이라는 내부의 시선

초창기 소셜 미디어의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낚아채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구독자 수를 모으는 것이었죠. 하지만 본업이 따로 있는 일반적인 제조사나 서비스 기업 입장에서 이 일은 참으로 '애매한' 것이었습니다.

매출에 당장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 '시시덕거리는 이야기'를 연구하고, 유행하는 밈(Meme)을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회사가 월급을 준다? 보수적인 기업 내부에서는 이런 공격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회사에 왜 필요한 거야?" "하루 종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만 보는데 그게 일이야?"

이런 내부의 따가운 시선과 정치적 공격을 견디다 못한 브랜드들은 결국 결단을 내립니다. "이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전문적으로 대신 해줄 대행사를 찾자." 그렇게 소셜 마케팅은 외주의 영역으로 밀려났습니다. 사실 애초에 내부에서 소셜미디어를 하려고 시도했던 대기업은 그리 많지 않기도 했습니다.

대행사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두 가지: 진정성과 속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셜 미디어의 본질이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구독자 모으기'가 아니라 브랜드의 '영혼'을 보여주는 채널이 되었죠. 여기서 대행사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납니다.

첫 번째는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여러 광고주를 동시에 관리하는 대행사 마케터가 특정 브랜드에 '빙의'하여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고객은 이제 영혼 없는 대리인의 목소리를 귀신같이 알아챕니다.

두 번째는 속도전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실시간 전쟁터입니다. 사건이 터지고 트렌드가 지나가는 시간은 단 몇 시간인데, 대행사와 브랜드 사이의 '보고와 컨펌'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미 상황은 종료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행사에게 '빅 샷(Big Shot)'의 기회가 있는 이유

인재들이 엔터사로 떠나고 소셜의 주권이 브랜드로 넘어가는 것 같지만, 저는 오히려 여기서 대행사의 새로운 기회를 봅니다. 모든 콘텐츠를 단순히 진정성과 속도로만 채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내부에 있으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제품과 팬덤에 너무 깊이 함몰되어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이나 객관적인 시각을 놓치기 쉽죠.

진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고 거대한 '밈(Meme)'이 되는 콘텐츠는, 때로 한 발짝 물러나 전체를 관조하는 사람들의 인사이트에서 나옵니다. 저는 그게 바로 대행사 사람들의 몫이자 강점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행사의 미래: '입'이 아니라 '뇌'가 되어야 한다

이제 대행사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입'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브랜드가 현장의 속도감에 매몰되어 있을 때, 차분하게 데이터와 트렌드를 분석해 **전략적인 '한 방'**을 설계하는 '뇌'가 되어야 합니다.

  • 브랜드(In-house): 매일의 소통, 진정성 있는 현장의 호흡, 즉각적인 피드백 대응
  • 대행사(Agency): 객관적인 인사이트, 시장을 뒤흔들 대형 캠페인 설계, 데이터 기반의 확장

결국 소셜 마케팅의 완성은 이 두 주체의 건강한 협업에 있습니다. 우리를 떠나 브랜드로 간 친구들이 현장의 진정성을 지킨다면, 남은 우리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곳을 짚어내며 시장의 문법을 새로 쓰는 판을 짜야 합니다.

사실, 소셜마케팅을 너무 오랫동안 해와서 그런지 이 상황이 조금 반갑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