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인텐트 vs 소비자의 인텐트

브랜드의 인텐트 vs 소비자의 인텐트

브랜딩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다 — 인텐트 마케팅의 본질

20년 넘게 마케팅을 해오면서 수많은 방법론이 뜨고 졌다. 퍼포먼스 마케팅, 그로스 해킹, 바이럴 루프. 하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사용자의 기대에 응답하는 것. 인텐트 마케팅은 그 원칙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인텐트마케팅 혁명'을 읽고 세미나에 다녀왔다. 극도의 내향인이라 세미나를 피하는 편인데, 이 책의 메시지가 평소 생각과 너무 맞닿아 있어서 예외를 뒀다.

브랜드가 정체성을 선언하면 소비자가 믿어줄까?

많은 브랜드 오너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정체성을 정의하고 선언하면 소비자가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는 믿음. 하지만 브랜딩은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끝없는 대화 속에서 만들어진다. 브랜드가 공을 던지고, 소비자가 그걸 받아서 돌려보낼 때 비로소 브랜딩이 시작된다.

독백의 비극: 피에르 가르뎅과 카카오프렌즈

피에르 가르뎅은 1960년대 "스페이스 에이지 컬렉션"으로 패션의 미래를 제시한 아티스트였다. 럭셔리 리더십이라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런데 800개 이상의 라이선스 제품이 할인 매장에 깔리면서, 소비자의 맥락에서 피에르 가르뎅은 저렴한 생활용품 브랜드가 됐다.

카카오프렌즈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공급자의 의도는 캐릭터 라이선스 수익 극대화. 소비자가 경험하는 건 과포화와 특별함의 상실. 친숙함이 애정을 대체하는 순간, 브랜드는 활력을 잃는다.

다이슨: 듣지 않는 브랜드의 위험

다이슨은 공기를 다루는 기술의 정점이라는 인정 위에서 성장했다. 예전에는 소비자도 동의했다. "비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기술이 평준화된 지금, 소비자는 묻는다. "왜 계속 가격을 올리는가?" 다이슨은 여전히 기술적 우위를 말하고, 소비자는 대안을 찾는다. 소비자가 인정을 철회하면, 어제의 혁신은 오늘의 구식이 된다.

대화의 정점: 젠틀몬스터와 제니

젠틀몬스터는 제니라는 최적의 해석자를 통해 소비자의 맥락을 지배한다. "당신의 미적 욕구를 해결해준다"는 메시지를 제니의 감성으로 전달하고, 소비자는 열광적으로 대화에 참여한다. 안경에서 향수, 디저트까지 확장됐다.

다만 이 대화는 소비자가 끊임없이 놀라야 유지된다. 발렌시아가 같은 아이콘이 될지, 추억 속 브랜드가 될지는 소비자의 다음 인정에 달려있다.

코카콜라 재팬: 맥락과 충돌한 글로벌 브랜드

글로벌 음료 1위인 코카콜라도 일본 오피스 시장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자판기를 지배하니 사무실도 쉬울 거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본 사무실에는 확고한 문화적 맥락이 있었다. 차를 정성스럽게 우려서 나누는 것이 예의와 성의의 표현이었다. 편의성이 전통을 이길 수 없었다. 녹차 브랜드를 만들어서야 비로소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인텐트 충돌: 마케터의 역할

실패하는 브랜드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공급자의 의도와 소비자의 인텐트가 정면충돌한다는 것. 공급자가 매출과 효율을 추구하는데 소비자가 희소성과 진정성을 기대하면, 거부당한다.

마케터의 진짜 역할은 소비자의 인텐트를 끈질기게 읽어내고, 공급자의 야심이 소비자의 맥락을 침범하지 않도록 다리를 놓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본질

20년 넘게 마케팅을 하면서 무수한 방법론이 왔다 갔다. 하지만 사용자의 기대에 응답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다. 브랜딩의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양보하면서, 그들의 인텐트에 가장 정직하고 정확한 답을 준비하는 것. 그게 인텐트 마케팅의 완성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고객과 대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벽을 보고 혼자 외치고 있는가?